“아내에 대한 이해보다 공감이 필요한 시기다”



40대 들어 여성호르몬 분비 감소로 몸과 마음에 변화

폐경 전후 3년간 주기적 검진과 보약으로 재충전 필요

“거기가 여성갱년기 전문병원 맞나요?”

수화기 너머 굵직한 목소리의 중년남성은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함께 가보려한다고 했다. 요즘 들어 남편이 아내를 걱정하며 예약하는 고객이 많다. 한 남편은 “갱년기는 남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라고 토로했다. 여성에게 갱년기가 무엇이기에 본인뿐 아니라 남편조차 힘들어지는 걸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출발부터 다른 행성 사람들이다. 때문에 서로의 차이를 각자의 생각으로 맞추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필요한 기간이 지나가면 난소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에스트로겐을 분비하지 않게 된다. 호르몬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40대 초반부터 시작되는 여성호르몬 분비 감소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열·땀·불안·두근거림·불면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폐경 후 몸이 완전히 안정화될 때까지 5~7년이 해당된다. 증상이 심한 분들은 병원을 찾아 치료하겠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라도 폐경 전후 3년간은 주기적인 검진과 몸에 맞는 보약으로 재충전해야 하는 시기다. 여성에게 출산 후와 폐경 전후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옆집‘정아엄마’는 여전히 씩씩하고 쾌활하다. 친구 아내 또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유독 내 아내만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진 듯하고 늘 온몸이 아프다고 한다. 갱년기를 거치는 여성들 중 25%는 아무 증상이 없다. 50정도는 열·땀이 나거나 짜증을 내는 정도다. 나머지 25% 정도는 삶 자체가 흔들리듯 심한 증상에 시달린다. 한의원을 찾는 여성들은 주로 ‘심한 25%’에 해당되는 분들이다.



사람의 체력은 선천적으로 강약이 다르다. 35세 전후부터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임신율도 떨어지게 된다. 약한 체질로 태어난 사람은 35세 이후가 되면 주기적으로 보약이 필요할 뿐 아니라 꾸준히 몸을 관리해줘야 한다.



약한 체질이면서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 여성들의 경우 40대 초반부터 갱년기 증상들을 느끼기도 한다.

진료 시 함께 오는 남편들 또한 고충이 많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아내의 짜증들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이제는 공감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사람이다. 나와 함께 노후를 만들어갈 사람이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해야하는 동반자다. 평생 조율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갱년기는 이런 부부의 관계 또한 재조명해봐야 할 시기다. 서로 다시금 신뢰를 확인하고 사랑의 깊이를 더하며 격려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인생이 곧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갱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폐경 이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