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죽을것 같은 갱년기 증상.. 진액 공급하는 한방치료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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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자인한의원 작성일18-07-13 15:16 조회3,727회본문
“죽을 것 같아요. 갱년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중년 여성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하는 하소연이다. 모든 여성이 격동의 갱년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중년 여성의 25%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50%는 한번씩 훅훅 열이 오르고 땀이 나지만 부채질 몇 번 하고 지나가는 정도다. 문제는 나머지 25%의 여성이다. 이들은 난소의 기능이 퇴화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인간의 생명활동은 진액을 소모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세포내액이 줄면 촉촉하던 피부나 조직이 굳고 건조해진다. 가뭄이 들어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계속 햇볕만 쐰 땅은 쩍쩍 갈라지면서 후끈한 지열이 위로 올라온다.
이 지열은 호르몬과 자율신경의 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열에 비유할 수 있고, 햇볕이라는 복사열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열에 비유할 수 있다. 인체를 땅에 비유하면, 진액이 촉촉한 땅은 건강한 가임기 여성이고, 바짝 말라서 쩍쩍 갈라진 땅은 갱년기 여성인 셈이다.
즉 노화와 과로, 스트레스로 자율신경과 호르몬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발열과 건조라는 갱년기 증상들이 생긴다. 근본적인 대책은 메마른 땅에 수분을 보충해 다시 촉촉해지게 하는 일이다. 이와 동시에 뜨는 열을 시원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갱년기에는 평소 취약했던 부분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줄줄 흘러내리는 땀, 만성피로, 소화불량 등은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이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게 변하며, 생리 양이 눈에 띄게 줄거나 생리가 2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간혹 하혈이 멈추지 않아 빈혈 및 면역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밖에 가슴 두근거림, 피부 건조, 두통, 관절통, 근육통, 우울, 불면 등이 올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가 나타난다.
갱년기를 가볍게 지나가는 듯한 여성들도 별도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폐경 후 3년 이상 지나면 누구나 골다공증, 고혈압, 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의학에서는 진액을 공급해 기초 체력 및 면역력을 보강한다. 또 체열진단 검사, 자율 신경계 검사와 전통 한방 맥진으로 몸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내려 치료를 한다.
규칙적인 식생활 패턴과 수면시간을 확보해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저체중 상태로 갱년기를 맞으면 불안장애 중증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40세 이후 너무 과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편이 좋다. 가벼운 걷기 운동부터 시작해 본인의 몸에 맞는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이다. 폐경 이후의 삶에 대해 만연한 두려움을 가지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성들은 폐경 이후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억눌렸던 꿈을 돌이켜보고 인생 제2막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이 목표는 자신을 이끄는 힘이 되고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동아줄이 될 것이다.
갱년기는 가슴 뛰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움츠렸던 자아를 깨고, 자신을 사랑하면서 비상해야 하는 시기다. 갱년기 여성의 발걸음이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갈 때 세상은 더 밝고 활기차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현숙 여자인한의원 원장.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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